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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3/06/10

어떤 것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필름 소셜리즘’에는 be동사를 쓰는 사람과는 말하지 않겠다고 have 동사를 선호하는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나 또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동안 여러 가지 키워드를 두고 그것들에 대해, 혹은 일본에 대해 be동사의 언어로 단정짓지 않고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으로 남겨 두기 위해 노력했다.

단어들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생각은 민주주의, 가상성, 익명, 마음의 코스프레, 오타쿠와 잉여, 파국(破局) 등이었다. 그 이유는 전에도 언급했듯이 대통령 선거와 마야력 멸망 이벤트 같은 작년 말의 상황들을 거치며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재고, 묘한 상상력이 있었던 한편, 남아도는 에너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
처음엔 키워드를 염두하며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리서치를 진행했는데 인터뷰이로는 마쓰모토 하지메(松本哉), 오자와 야수오(小沢康夫), 아즈마 히로키(東浩紀), 안천(安天)씨가 있었다. 그 밖에도 겐론카페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공연을 보고, 도쿄 여기 저기를 어슬렁거리며 리서치를 했는데 진행을 하면 할수록 원래 가지고 있던 키워드들이 모두 분해되어 큰 쓸모가 없게 되었다(고 당시엔 생각했다.).

발표
작업을 하는 초기단계에 있었고 나조차 정리가 안 된 것을 과정 중에 공개함에 있어 어떠한 형식으로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위해 사전조사 했던 것들도 현지에 와서 상당 부분 와해된 상태였다. 궁여지책으로 일전에 겐론카페에 갔을 때 흥미롭게 보았던 이벤트에 착안해 퀴즈쇼의 형식으로 나의 질문들을 콜라쥬같이 늘어놓긴 했는데 그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진 솔직히 모르겠다.

이후
각각 1주와 3주의 레지던시 기간 동안 했던 것들이 이후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당시엔 조금 모호해 보였으나 한국에 돌아온 후 몇몇 계기로 말미암아 따로따로 섬처럼 존재하던 아이디어들이 이제야 말이 되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움직이지 않고 유목하는 여행사의 사업과 더불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에 있다. r:ead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새 프로젝트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언어보단 이미지를 제시하고 싶다. 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