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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들의 이미지: 듣고 말하기
2013/06/10
사회의 견고한 시스템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사이에 생겨나는 빈틈에 일종의 대항적 제스처를 구사하고자 하는 김지선 작가는 도쿄와 서울의 두 공간 모두에서 공교롭게도 대의(제도) 민주주의 꽃, ‘선거’라는 경험을 목격하고 겪었고, 이는 그간 천착해온 ‘가상’ 공간에 ‘새로운 민주주의 플랫폼’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여기에 덧붙여 일본의 사상가 아즈마 히로키가 <일반의지 2.0>에서 말하는 의사소통의 바깥에서 발현되는 새로운 민주주의 플랫폼의 가능성은 2차 리서치의 주요한 키워드들을 생성시켰다. 한편 동아시아 4개국에서 온 r:ead 참여자들은 서로의 민주주의의 위기에 관해 입을 모아 얘기하곤 했다. 그 때문에 이 이론가의 기획은 언어와 국가를 넘어서, 분명 또 다른 정치화의 매력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왔었다. 최근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발언과 관련해 문제는 특정 국가가 아닌 인류 전체에 해당하는 폭력성 아닌가 하는 취지의 아즈마 히로키 트위터 멘션이 한국에서 ‘아즈마 히로키의 망발’로 반짝 공론화되었다. 그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의사소통의 불가능성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소위 국제적 행사에서는 대체로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반면 r:ead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모국어를 고수하게 했다. 불완전한 소통은 장벽이라기보다는 월경을 시도할 틈을 열어 줬다. 그 덕에 서로의 차이를 독해한(read) 이후에 도래할 대화(dialogue)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일반의지 2.0>의 한국어 번역자였던 안천과의 만남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지적 성과에 기대어 기존 인식을 깨고 일본 사회를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언어 표기, 지정학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일본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여 대 중국화, 대 냉전 체제라는 제국으로부터 거리 두기가 어느 정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혹자는 일본을 외부로부터의 억압 없거나 약한 주변부에서는 생성이 자연 발생했고 그것은 하나의 사회적 원리로 포획되지 않고 각각 따로따로 공존하는 사회로 보기도 한다. 이는 아즈마 히로키가 운영하는 겐론 까페 인터넷 패스워드인 ‘bunriyugo’, 서로 상반된 뜻을 지닌 분리와 융합의 공존에서도 발견된다.
김진주
한국
1981년 서울 출생. 미술작가이자 큐레이터. 2007년부터 콜렉티브 ps로 활동. 2008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학 석사 졸업.
ps는 ‘post script(추신)’의 줄임말인 동시에, 중요하다고 규정된 메시지에서 제외된 이야기들을 뜻한다. ps는 발화공간의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비가시적인 힘의 작용과 그것이 내포하는 관계성에 주목하며, 세계 속을 떠돌고 있는 그 어떤 특이성들을 잡아낼 수 있는 우발적이고 유동적이며 무형적인 행위와 감각을 찾아간다. 삶 속에서 구체적(정치적)인 말들을 다루는 텍스트 <약관/약속>(2009~), ‘듣기’라는 감각을 일깨우고 발화의 장을 생성하는 퍼포먼스 & 아카이브 <리스닝 컴퍼니>(2009~), 사랑과 경제의 경계에서 생산성과 협업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는 도시연구 <Economic Love Camp>(2012)를 선보였다. 현재는 르포만화가 김성희와 함께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 현장에서 노동과 여가에 관련된 행위를 촉발하는 퍼포먼스 & 영상 <Working (in)Holiday>(가제, 2013~)를 준비중이다.
큐레이터로서 김진주는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커미셔너: 주은지) <응결: 양혜규>전의 전시 코디네이터 및 출판 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욘 복: 피클 속 핸드백 두 개>(2008), <동두천: 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2008) 등 2006년에서 2008까지 인사미술공간의 국제교류 전시 및 프로젝트(큐레이터: 김희진)에서 코디네이터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맡았다. 2010년부터 2011년 6월까지 아트 스페이스 풀의 객원 및 정규 큐레이터로 일하며, <산드라 유라 리: 굽이 사이>(2011), 퍼블릭 프로그램 <보통 살롱>(2011), <첫 번째 독자: 만화가 고영일의 아카이브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10), <돈 2, the 만화>(2010) 등을 기획했다. 2011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는 (사)예술과마을네트워크 경기지부 예술과텃밭의 기획팀장 및 큐레이터로 일하며 <보금자리텃밭>(2011),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젝트 <풍년슈퍼캠프>(2012) 등을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