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럴 히스토리>에 대하여
2013/06/10
이번 r:ead에서 <오럴 히스토리>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것은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2차세계대전 및 그 당시 일본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구술하도록 부탁하는 인터뷰 형식의 프로젝트이다. 우에노 공원, 아메요코 시장, 요요기 공원, 신주쿠, 도쿄타워, 신오쿠보, 아사쿠사 등지에서 약 70명의 길가는 사람들에게 협조를 받았다. 인터뷰 협력자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입 주변만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서, <오럴 히스토리>라는 타이틀처럼 ‘입이 역사를 말하는’영상작품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우선 인터뷰 협력자의 입에서 발화되는 ‘역사’를 실제 연도순으로 맞춰나가는 편집을 시도한 영상을 발표했다. 70인 각각의 기억에 기록되어 있는 역사를 하나의 타임라인에 올려놓음으로써, 어떠한 공통인식이 존재하고, 또한 어떤 팩트가 빠져있는지 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편집을 했다. 그 결과, 예를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 ‘원폭투하’와 ‘진주만공격’이라는 단어가 타임라인 위에서 복수의 ‘입’에 의해 반복됨으로써, 이 두 역사적 사실이 다른 사실보다 더 많이 인식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게 되었다. 또한 몇몇 사람이‘원폭’이라는 단어를‘원전’으로 잘못 말하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웠는데, 이러한 말실수와 기억의 오류들이 복수에 의해 발화될 때 집단적인 무의식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무의식이 떠오르는 순간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시도한 것과 같이 실제의 연표에 맞춰나가는 편집으로는, 그러한 말실수나 기억의 오류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렵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이 프로젝트는 정확히 기억된 역사를 전달하는 작품이 아니라, 집단적 기억과 역사인식에 얼마나 많은 오류와 공백이 존재하는지, 그 왜곡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의 입에서 발화된 “잘 모르겠어요…”, “역사쪽은 약해서…”라는 중얼거림이나 얼토당토 않은 발언을, 어떻게 편집을 통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타임라인에 올려 놓을 수 있을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일단 그 체계를 발견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하여 더 많은 소재를 얻음으로써, 작품에 무게를 더하고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로젝트의 최종적인 결과물의 형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바람으로는 멀티채널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이나 아카이브로서 이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재를 어디까지나 하나의 타임라인에 올려놓는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싱글채널의 영상작품을 보통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60분간 ‘입’이 모순과 왜곡, 그리고 무지로 가득찬 역사를 집요할 만큼 일방적으로 관객들에게 강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모습이야말로, 오늘날 일본의 현실에 의해 만들어지는 충실한 ‘오럴 히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2013년 4월 26일.